지지 않는다는 말은 지금까지 7권의 장편소설과 4권의 소설집을 내면서 이름 석 자만으로 문단과 대중에게 신뢰감을 준 소설가 김연수의 에세이다. 김연수가 어린 아이였을 때부터 중년이 될 때까지 체험한 사랑, 구름, 바람, 나무 빗방울, 쓴 소설과 읽은 책, 예술과 사람 등에 관한 이야기의 집합체이기도 하다. 또한 소설가이자 한 인간으로서 매 순간 좋아하는 것을 마음껏 좋아하고, 피할 수 없는 것은 할 수 있는 만큼 견디며 극복하고, 하고 싶은 일은 지금 하면서 살아간다.
지지 않는다는 말 리뷰
달리기를 끝낼 때마다 나는 어마어마한 만족감을 느끼는데 그건 단지 계획대로 달렸기 때문이 아니다. 달리는 동안에는 나를 둘러싼 세계의 모든 것을 느낄 수 있었다는 그 사실 때문이다. 활수라는 단어가 있는데, 그 뜻은 "무엇이든지 아끼지 않고 시원스럽게 잘 쓰는 씀씀이"라고 나와 있다. 달리기를 마치고 나면 활수 좋게 산다는 게 어떤 뜻인지 알게 된다. 몰아치는 바람 앞에서도 아무 일이 없었다는 듯이 꼿꼿하게 서 있다면, 그건 마음이 병든 나무일 것이다. 마찬가지로 매순간 달라지는 세계에서는 우리 역시 변할 때 가장 건강하다.
지지 않는다는 말 책속으로
p.156 오직 근본적인 질문만이 영혼을 깨울 수 있을 뿐이다. 그리고 근본적인 질문은 우리에게 한계가 존재할 때만 가능하다. 자신이 곧 죽는다는 사실을 알면 누구나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고 영혼이 깃든 대답을 하듯이 말이다. 그 반대의 세계는 무제한을 장려하는 사회다. 무한한 소비, 무한한 정보, 무한한 인맥... 무한이란 아마도 죽고 난 뒤의 세계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무한한 소비와 정보와 인맥에 둘러싸인 사람이란 아무리 뭐라고 물어도 대답이 없는 사람, 그러니까 지금 죽은 사람이라고 말해도 되지 않을까?
p.199 간절히 원할 때, 내가 원하는 것을 이뤄 주기 위해서 온 우주가 움직인다는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는 않는다. 그럼에도 자주 우주는 내 소원과는 무관하게 움직이는 것처럼 보인다. 그건 어쩌면 우리가 소원을 말하는 방식이 잘못됐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누군가를 정말 사랑한다면, 결혼이 아니라 아낌없이 사랑할 수 있기를 원해야만 할 것이다. 결혼은 어려울 수 있지만, 아낌없이 사랑하는 건 크게 어렵지 않다. 그건 내 쪽에 달린 문제니까. 마찬가지로 마라톤 완주가 아니라 매일 달리기를 원해야만 한다. 마라톤을 완주하느냐, 실패하느냐는 내가 어떻게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하지만 매일 달리는 것은 내가 할 수 있다. 할 수 없는 일을 해낼 때가 아니라 할 수 있는 일을 매일 할 때, 우주는 우리를 돕는다. 설명하기 무척 힘들지만, 경험상 나는 그게 사실이라는 걸 알고 있다.
p.254 글라써는 긍정적 중독이란 어떤 경우에도 자신을 비난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마음 상태를 뜻한다고 말했다. 행복하게 되는 것은 아마도 그 때문일 것이며 세계가 혁명적으로 바뀐다는 것도 그렇기 때문일 것이다.
p.276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이해하는 사람, 경험의 인간, 그게 바로 러너다.
p.290 지금 이 순간에 몰주하지 않는 자는 유죄다. 그러므로 그는 완전히 몰두할 때까지 몇번이고 되풀이해서 같은 순간을 맞이해야만 할 것이다.
댓글